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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4억' 중국은 왜 축구를 못하나 ①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가 1월 25일 막을 내렸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국가 중 특히 중국과 인도가 눈에 띈다. 중국은 2무 1패(골득실 -1), 인도는 3패(골득실 -6)를 기록했다. 세부 성적을 보면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두 나라는 무득점에 그친 것이다. 24개 참가국 중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뿐이다.인도는 2023년 중국을 0.04% 차이로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28억 5000만 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36%에 육박한다. 이렇게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가진 두 나라가 월드컵도 아닌 아시안컵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사실 인도의 성적은 실망스럽지만 충격적이지는 않다. 크리켓, 필드하키를 제외한 인도의 스포츠는 국제 무대에서 변변한 성적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25번 참가한 하계올림픽에서 인도가 획득한 메달은 35개(금10, 은9, 동16)에 불과하다. 금메달 10개 중 8개가 필드하키에서 나왔다. 역대 메달 순위는 57위.중국은 올림픽에 본격적으로 참가한 횟수가 10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636개(금263, 은199, 동174)의 메달을 기록할 정도로 스포츠 강국이다. 메달 순위는 4위. 이렇게 올림픽 같은 국제 무대에서 많은 메달을 수확하는 중국이 유독 축구만 상상이상으로 못한다.현재까지 중국은 월드컵에 단 1번 진출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중국이 거둔 성적은 3패(득0, 실9). 당시 조별 예선 상대가 브라질, 터키, 코스타리카였다. 중국은 올림픽 축구에 2번 나왔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그들이 거둔 성적은 1무 2패(득0, 실5)였다. 주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중국은 1무 2패(득1, 실6)였다. 공산화되기 전 중화민국이 참가했던 1936 베를린, 1948 런던 올림픽까지 범위를 넓혀도, 결과는 2패(득0, 실6)다. 이렇듯 중국 축구는 세계무대에서 1승은커녕 한 골을 기록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많은 스포츠 팬이 “중국은 왜 이렇게 축구를 못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국 축구의 처절한 성적에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다. 이중 필자는 국내에 덜 알려진 이유 위주로 분석해 봤다. 중국 축구를 가리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축구 잘하는 11명이 없나?” 하지만 이 질문은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스포츠 경기의 수준과 선수의 숫자는 한 국가의 총 인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스포츠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2018 월드컵 우승 국가인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2023년 프랑스의 인구는 6800만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이 인구에서 무작위로 뽑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에 있는 축구 선수들 중 최고의 선수만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등록 선수는 210만이다. 따라서 프랑스 전체 인구의 3.1%가 축구 선수다. 유럽 국가 중 독일 다음으로 많은 축구 선수가 등록된 나라가 프랑스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강호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일본은 어떨까? 2022년 일본에 등록된 축구 선수는 82만이다. 즉 일본 인구의 0.65%가 축구 선수다. 중국은 최근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2017년 중국축구협회의 자료를 참고했다. 2017년 중국의 등록 선수는 8만4422명으로 전체 인구의 0.0061%를 차지했다. 즉 중국 축구대표팀은 단지 8만 5000여 명의 선수 중에서 선발된 것이다. 이에 반해 닐슨 스포츠가 발표한 월드 풋볼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중국의 축구 팬 수는 1억 8700만이었다. 전체 인구의 13.45%가 축구 팬인 것이다. 중국 축구가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선수층이 얇기 때문이다. 특히 유소년 선수의 숫자가 많이 부족해 최상위 계층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유소년은 스포츠와 학업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중국에는 ‘가오카오(Gaokao)’라고 불리는 대입 국가시험이 매년 열리는데, 성적에 따라 학생의 미래가 결정된다. 가오카오가 성공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중국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중국 정부가 35년 동안 유지한 ‘한 자녀 정책’도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중국 부모들은 그들의 유일한 자식이 축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부에 매진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사회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있어 특히 13세 이상의 아이들은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축구를 그만둔다. 게다가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축구를 하려면 상당한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포기한다. 중산층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축구를 할 수 없다. 중국의 슈퍼리그는 2010년대 수십억~수백 억원을 쉽게 쓰며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끌어모았다. 이들로 인해 한때 리그의 인기는 올라갔고, 슈퍼리그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클럽의 성공은 오히려 중국 축구에 독으로 작용했다. 리그 상위권 팀 대부분이 외국 스타 선수에 의존함으로써, 자국 내 유소년 축구 발전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축구가 성장하기 위해 유소년 축구에 투자돼야 할 돈이 단기간의 성적과 화려함에 쓰인 것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2.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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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美 ‘프레시 아웃 라이브’ 첫 출연…‘퍼펙트 나이트’ MV ‘인급동’ 진입

르세라핌이 한국과 미국 인기 음악방송에 동시 출격하며 ‘K팝 톱 플레이어’다운 글로벌 행보를 보였다.르세라핌은 지난 27일(한국시간) KBS2 ‘뮤직뱅크’에서 첫 영어 디지털 싱글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다. 이날 르세라핌은 핑크빛 의상 차림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동작이 돋보이는 안무에 유쾌한 표정 연기를 곁들여 ‘걸그룹 퍼포먼스 최강자’의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이어 르세라핌은 28일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 유명 음악 프로그램 MTV ‘프레시 아웃 라이브’(Fresh Out Live)에 출연했다. 이들은 ‘퍼펙트 나이트’ 무대를 펼치고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호스트와의 인터뷰 시간에 팀과 신곡을 직접 소개해 방청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멤버들은 “우리는 항상 새로운 일, 새로운 음악 그리고 멋진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광폭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르세라핌을 향한 미국 내 뜨거운 반응은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퍼펙트 나이트’ 뮤직비디오는 28일 오전 3시 기준 미국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6위를 찍었고 오전 8시 현재 ‘톱 10’을 지키고 있다. 르세라핌은 비슷한 시기 신보를 발매한 테일러 스위프트, 영보이 네버 브로크 어게인 등과 나란히 인기 급상승 동영상 상위권에 자리했다.‘퍼펙트 나이트’ 뮤직비디오는 이 외에도 28일 오전 8시 기준 노르웨이(3위), 일본(3위), 싱가포르(5위), 캐나다(6위), 한국(7위), 미국(7위), 영국(7위) 등 29개 국가/지역의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 동영상에 올랐다.한편 ‘퍼펙트 나이트’는 28일 오전 8시까지 홍콩, 대만, 몽골에서 1위를 찍은 것을 포함해 총 28개 국가/지역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 진입했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10.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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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란의 시대가 열렸다…'53경기·52골' 맨시티 트레블 이끈 ‘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괴물 공격수’ 홀란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이적 첫 시즌 만에 유럽 트레블(3관왕)의 주역이 됐다. 이번 시즌 기록은 53경기에서 무려 52골 9도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득점왕 타이틀까지 모두 품었다. 맨시티의 창단 첫 트레블을 이끈 ‘2000년생’ 주역으로 구단과 유럽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그는 11일(한국시간)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밀란(이탈리아)과의 2022~23 UCL 결승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했다. 상대의 집요한 견제 속에 UCL 결승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러나 팀 동료 로드리의 결승골로 팀이 1-0으로 승리하면서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이번 우승으로 맨시티는 창단 첫 UCL 우승이자 유럽 구단 역대 8번째 트레블 대업을 달성했다. EPL 구단으로는 역대 2번째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24년 만이다. 최근 6시즌 가운데 5차례나 정상에 오르며 EPL 최강팀 입지를 다진 데 이어 오랜 숙원이었던 빅이어까지 품으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섰다.그 중심에 홀란이 있었다. 홀란은 맨시티 이적으로 EPL 무대에 입성한 첫 시즌 만에 EPL과 UCL 득점왕을 싹쓸이했다. EPL에서만 무려 36골을 넣어 단일 시즌 역대 최다골 신기록까지 썼다. UCL에서도 12골을 넣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소속이던 지난 2020~21시즌(10골)에 이어 개인 통산 2번째 UCL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23세 커리어에 유럽 트레블, 그리고 EPL·UCL 동반 득점왕 타이틀을 새긴 것이다.맨시티 이적은 구단과 홀란 모두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홀란은 지난해 7월 바이아웃 조항인 6000만 유로(약 835억원)의 이적료를 통해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시티에 입성했다. 재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아웃 조항이 공개되면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최전방 해결사 부재로 고민이 컸던 맨시티도 마찬가지였는데, 숱한 이적 제안 속 홀란의 선택은 맨시티였다. 이적 당시만 해도 적잖은 의문부호가 붙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앞서 분데스리가에서 2시즌 반 동안 62골을 넣긴 했지만, EPL은 분명 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데뷔 후 줄곧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전력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홀란은 보란 듯이 ‘괴물’ 다운 행보를 보여줬다. EPL 데뷔전이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개막 4경기 만에 첫 해트트릭(3골)과 2경기 연속 해트트릭 등 그야말로 무서운 득점력으로 EPL 무대를 초토화시켰다. 2경기 연속 무득점이 가장 길었던 침묵일 정도로 한 시즌 내내 꾸준했다는 점도 홀란이 무서웠던 이유였다. 잦은 부상 전력에 대한 우려 역시 깨끗하게 털어냈다.덕분에 홀란은 앤디 콜·앨런 시어러가 보유하고 있던 EPL 한 시즌 최다골(34골)을 넘어선 36골로 EPL 골든부트를 품었다. 특히 콜·시어러는 지금보다 4경기 더 많은 42경기 체제의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홀란의 기록은 더욱 눈부셨다. 사상 처음 EPL 올해의 선수상과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석권한 건 2000년생인 홀란의 새 시대가 열렸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나아가 홀란은 UCL 무대에서도 무섭게 날아올랐다. 조별리그 초반 1~3차전에서 5골을 터뜨렸고, 16강 라이프치히(독일)전에선 1경기 5골을 터뜨리는 괴물 행보를 보여줬다. 바이에른 뮌헨과 8강 1·2차전에서도 각각 1골씩 터뜨렸다. 4강 이후엔 아쉬운 침묵이 이어졌으나 2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4골 차로 제치고 UCL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영국 PA 통신은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핵심 6명 가운데 홀란을 첫 손에 꼽았다. 통신은 “EPL 입성 당시엔 의구심이 잇따랐지만, 홀란은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켰다. 케빈 더 브라위너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해 모든 대회에서 무려 6차례나 해트트릭을 달성했다”고 조명했다.홀란은 “믿기지 않는 결과다. 지금 나이에 UCL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출신 청년에게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내가 보여준 것 같다”며 “물론 한두 달만 지나면 모든 게 잊히는 게 인생이다. 다만 트로피를 거머쥔 기분을 꼭 다시 느껴보고 싶을 것 같다. 이번 시즌 우승한 걸 다음 시즌에도 꼭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김명석 기자 2023.06.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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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500m 2주 연속 금메달…깜짝 우승 아닌 세계 최정상 입증

김민선(23·의정부시청)이 2주 연속 월드컵 500m 금메달을 따며 단거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김민선은 20일(한국시간) 밤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37초21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지난 3월 ISU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에서 생애 첫 월드컵 대회 메달(3위)을 획득한 김민선은 지난 13일 열린 월드컵 1차 500m에서 우승했다. 다음날 열린 1000m에서는 '빙속 여제' 이상화도 따내지 못한 월드컵 10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틀 연속 메달을 따내며 세계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장소를 노르웨이에서 네덜란드로 옮겨 일주일 만에 치른 500m에서도 김민선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했다. 김민선은 이날 가장 마지막 조인 10조 인코스에서 출발선에 섰다. 아웃코스의 경쟁자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유타 레이르담(24)이었다. 레이르담은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은메달, 여자 1000m 금메달을 차지한 김민선의 최대 라이벌이다. 김민선의 출발 총성에 살짝 늦게 반응했다. 출발은 좋은 편이 아니었으나 곧바로 레이르담을 역전, 100m를 전체 2위 기록인 10초43에 통과했다. 김민선은 이후 더 스피드를 끌어올려 폭발적인 질주를 펼쳤다.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레이르담과 격차를 더 벌리며 1위를 기록했다. 김민선은 은메달을 차지한 오스트리아 버네사 헤어초크(37초48)에 0.27초 차로 크게 앞섰다. 자신의 최고 기록 37초 20에 0.01초 모자랐다. 김민선은 우승 포인트 60점씩, 총 120점을 쌓아 여자 500m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레이르담(102점)이다. 지난 1차 대회에서 디비전B 1위를 차지한 이나현(노원고)은 디비전A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인 38초54로 전체 20명 선수 가운데 18위에 올랐다. 여자 500m 디비전B에 출전한 김현영(성남시청)은 39초35로 11위를 기록했다. 이형석 기자 2022.11.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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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월드컵에 나서는 바이킹의 후예들

8세기 후반부터 300여년 동안 약탈을 저지른 북유럽의 게르만족을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바이킹은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발판으로 전 유럽을 휩쓴 데 이어 북아프리카, 흑해, 페르시아, 그린란드, 북미지역에도 진출했다. 당시 유럽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이킹은 이교도이자 야만족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다르게 바이킹은 훌륭한 탐험가이자 상인이기도 했다. 또한 바이킹은 분쟁이 생기면 싸우지 않고, 회의와 표결을 걸쳐 의사를 결정하는 문화도 있었다. 현대 의회 민주주의의 시초인 영국의 의회제도도 이러한 바이킹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마초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바이킹 사회는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문화도 가졌다.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여한 쉴드 메이든(Shield-maiden, 방패의 처녀라는 뜻으로 바이킹 여전사를 의미)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바이킹 여성은 얼마든지 남편과 이혼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저분했을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바이킹은 상당한 수준의 위생적인 문화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정리정돈에도 능했고 현대의 사우나 같은 목욕 문화도 가지고 있었다. 면도도 했던 바이킹들은 현재의 투블럭과 같은 헤어스타일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킹은 오늘날의 노르웨이,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 출신으로 이루어졌다. 바이킹의 후손 중 축구를 가장 잘한 나라는 단연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12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무려 4번이나 4강에 들었다. 최고 성적은 자국에서 개최한 1958 월드컵에서 기록한 준우승이다. 4년 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스웨덴은 8강에 들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압도적으로 골을 많이 넣고 있는 엘링 홀란드를 보유한 노르웨이도 2022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노르웨이는 역대 월드컵 진출이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전통적인 축구 강국은 아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세계 최강 브라질과 4번 맞붙어 2승 2무를 기록해, 축구에서 브라질에 패배한 적이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다. 본토 기준으로 현재의 덴마크는 바이킹 국가 중 영토가 가장 작다. 하지만 과거의 덴마크 왕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를 통치했을 정도로 북유럽의 맹주였다. 북유럽 국가들 국기에서 볼 수 있는 치우친 십자기인 노르딕 십자도 덴마크가 원조다. 덴마크는 이웃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날씨가 온화하다. 고지대도 없고 1월 평균 온도가 1.5°C에 불과해 눈도 별로 안 내린다. 따라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덴마크는 동계스포츠에서 별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들이 현재까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은 컬링에서 기록한 은메달 1개가 전부다. 하계스포츠 중 덴마크는 핸드볼에서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2013년 자료에 의하면 덴마크는 전국에 1600개가 넘는 클럽이 있고 이곳에 등록된 축구 선수만 3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덴마크의 인구가 59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축구 인재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는 5번 본선에 진출했던 월드컵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은 9번 유로 본선에 진출해 4번이나 4강에 들었다. 특히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92에서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신들린 선방을 보여주었고, 결승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덴마크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이자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더불어 덴마크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의 나라이기도 하다. 낙농업도 발달해 있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품은 “Probably the best lager in the world(아마도 세계 최고의 라거일 것)”라는 슬로건으로도 유명한 칼스버그 맥주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세계적인 맥주 회사들은 축구를 포함해 다양한 스포츠에 스폰서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칼스버그는 축구에 진심인 회사다. 칼스버그의 전통적인 목표 고객(target audience)은 축구 팬인 관계로, 그들의 스폰서십 투자는 대부분 축구에 집중됐다. 이 덴마크 맥주회사는 월드컵과 유로 대회를 비롯해 여러 축구 클럽을 후원했다. 특히 칼스버그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리버풀의 셔츠 스폰서였다. EPL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셔츠 스폰서였던 칼스버그는 단순히 후원자가 아니라, 리버풀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보낸 상징적인 존재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의 서포터들은 롤리건(Roligan)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Rolig’는 덴마크 언어로 평온(calm)을 뜻한다. 훌리건과 반대되는 개념의 이들은 스포츠맨 답지 않은 행동이나 폭력에 반대하고 차분하고 경쾌하게 대표팀을 응원한다. 롤리건은 최고의 국가대표팀 팬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덴마크는 2022 월드컵에서 프랑스, 호주, 튀니지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16강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덴마크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떤 스토리를 전해줄지 기대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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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가 더 특별한 이유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새벽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가네 대투이바사’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는 헤비급 랭킹 1위 시릴 가네(32·프랑스)와 랭킹 3위 타이 투이바사(29·호주)의 헤비급 매치다. 거의 매주 대회를 개최하는 UFC이지만 이 대회는 특별하다. 바로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파리에 위치한 아코르 아레나다. 파리에서 가장 큰 실내 경기장이자 콘서트홀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등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피겨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곳도, 최근 BTS가 대규모 콘서트를 연 곳도 바로 이곳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농구, 레슬링, 유도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파리를 대표하는 아코르 아레나에서 UFC가 열린다는 것은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종합격투기 대회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체육부는 2016년 ‘공공 투기 스포츠 이벤트의 기술적인 규제와 안전에 관한 법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종합격투기 경기 금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 UFC는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다. 법령의 핵심은 이랬다. ‘투기 대결은 카펫 또는 3~4개 로프가 달린 링에서만 할 수 있다. 링 코너는 안전장치가 부착돼야 한다’. 이 내용대로라면 ‘옥타곤’으로 불리는 철창 안에서 열리는 UFC 대회는 원천적으로 개최할 수 없다. 과거 일본 격투기 대회 프라이드FC처럼 복싱 경기가 열리는 링에서만 경기가 가능했다. 아울러 프랑스 체육부는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 킥 또는 무릎을 사용해 가격하는 것 ▶팔꿈치를 이용한 가격 ▶박치기와 사타구니, 척추, 뒤통수, 목젖을 가격하는 것 ▶눈이나 입 또는 코를 찌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이 가운데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나 팔꿈치를 이용해 공격하는 ‘파운딩’ 기술은 UFC 경기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UFC가 아닌 다른 종합격투기 단체에서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파운딩은 허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 MMA협회(CFMMA)는 “체육부가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종합격투기를 금지하는 법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했고, 2020년까지 5년간 지속했다. 그랬던 프랑스가 달라졌다. 2020년 프랑스는 종합격투기의 합법화를 선언했다. 프랑스 복싱 연맹의 주도 관리하에 1년 가까이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그해 10월 프랑스에서 규모 있는 종합격투기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종합격투기에 배타적이었던 프랑스가 뒤늦게 문을 연 것은 스타 파워 덕분이었다. 카메룬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세계적인 파이터로 성장한 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가 결정적이었다.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은가누가 UFC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자 프랑스인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프랑스 출신 시릴 가네마저 UFC에서 맹활약하자 국민적인 관심은 더 높아졌다. 정부도 끓어오르는 관심과 열기를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리는 UFC 대회의 주인공이 프랑스 선수인 것은 당연하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가네는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무에타이를 시작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함 뒤 2018년 종합격투기로 전향, 캐나다 등 해외 대회에서 이름을 쌓았다. 이후 2019년 UFC에 입성해 현재 헤비급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현 챔피언 은가누와 타이틀전을 벌여 판정패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네가 고국인 프랑스에서 종합격투기 경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가네는 최근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그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내 경기를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서 볼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것이고 경기 끝난 뒤 그들과 파티를 즐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프랑스가 빗장을 풀었지만, 아직도 종합격투기 대회 개최를 금지하는 나라가 있다. 노르웨이는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합격투기가 불법인 나라다. 심지어 프로복싱마저도 합법적으로 열 수 없다. 그렇다고 노르웨이에서 종합격투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프라이드FC 등에서 이름을 날렸던 요아킴 한센 등이 바로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현재 UFC 미들급 8위에 랭크돼 있는 잭 헤르만손 역시 노르웨이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이미 주변의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에서 종합격투기 인기가 뜨거운 점을 고려할 때 노르웨이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2.09.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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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첫 패럴림픽 마친 '팀 장윤정고백'··· "마무리되니 시원섭섭"

스웨덴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팀 장윤정고백'(의정부 롤링스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저 아쉬운 표정만 지은 것은 아니었다. 첫 패럴림픽을 치르면서 꿈은 더 커졌다. 5명 모두가 다시 한 번 패럴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스킵 고승남(37), 리드 백혜진(39), 세컨드 정성훈(44), 서드 장재혁(51), 후보 윤은구(53)로 이뤄진 팀 장윤정고백은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예선 10경기에서 5승 5패를 기록했다. 11개 팀 가운데 6위가 돼 상위 4개 팀이 나서는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팀 장윤정고백은 세계랭킹 2위 노르웨이, 세계랭킹 4위이자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캐나다를 꺾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되는 라트비아,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패배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스위스와의 예선 2차전에서 연장 끝에 7-8로 석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스웨덴과의 최종전에서 10-4로 크게 이긴 팀 장윤정고백의 얼굴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첫 패럴림픽을 치른 소감을 묻는 말에 한결같이 아쉬워했다. 백혜진은 “다 마무리되니 시원섭섭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출전했던 서순석 오빠가 대회를 마친 뒤 ‘너무 아쉽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있으니 오빠가 그렇게 아쉬워하셨는지 마음 깊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또 “라트비아, 스위스전이 아쉬웠다. 선수들이 패럴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처음이다보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미스 샷들이 많아졌다”고 자평했다. 윤은구는 “이제 몸이 풀린 것 같고, 시작인 것 같다. 더 하고 싶은데 끝나버렸다”며 “스위스한테 진게 정말 너무 아쉽다”고 돌아봤다. 정성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베이징에 오지 못할 뻔했다. 간곡한 부탁 끝에 받은 재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이후 몇 차례 받은 검사에서 계속 음성이 나와 베이징에 올 수 있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순탄치 않았다. 방 배정이 잘못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정성훈은 “경기를 치르기 전에 우여곡절이 있었고, ‘액땜’을 했으니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초반에 실수가 많았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상하게 우리 팀이 강팀만 이겼다”면서 해볼만한 상대에게 패배한 것을 아쉬워했다. 팀 장윤정고백은 중국과의 예선 4차전에서 4-9로 패배한 이후 스킵을 바꾸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샷에서 실수가 많았던 고승남 대신 백혜진, 정성훈, 장재혁이 돌아가며 스킵으로 나섰다. 고승남이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는 경우도 있었다. 예선을 모두 마친 직후 ‘주장’이라는 단어를 들은 고승남이 “저 주장 아닙니다. 중국전 이후로 짤렸습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이유다. 스킵 자리를 내준 후 마음이 좋을리 없었다. 고승남은 “중국전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위축되지 않아도 될 경기에서 너무 위축돼 후회스럽다”고 후회했다. 처음 경험하는 패럴림픽 무대는 팀 장윤정고백에게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 이들은 패럴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승남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운 것 같다. 집중하되 즐기면서 경기를 하더라. 진짜 패럴림픽을 하나의 축제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은구도 “팀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팀워크가 더 좋아진다면 한국 컬링도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선수들이 엔드를 마친 뒤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다독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는 백혜진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 한국 선수들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과는 다른 작전 스타일도 백혜진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라마다 작전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과도 많이 다르더라. 작전에 대해 포괄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경기장마다 빙질이 다르다. 많이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은 팀 장윤정고백에 더 큰 꿈을 안긴 무대였다. 4년 뒤 한 번 더 패럴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꿈이다. 백혜진은 “우리가 동호회 팀으로 시작해 패럴림픽 무대까지 왔다. 훈련량이 많아 힘들었는데 한 단계 발전하려면 그정도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4년 뒤, 다음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윤은구는 “한국 팀들이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팀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서울시청, 전남 등 강팀이 많다”며 “국내 강팀들을 뚫고 밀라노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정성훈도 “다 같은 마음 아니겠나. 4년 뒤 패럴림픽에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태극기에 대한 부담감을 처음으로 느꼈다”는 고승남은 “일단 다음 시즌 국가대표를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정성훈과 윤은구, 고승남은 모두 영국전 8엔드에서 장재혁이 선보인 샷을 이번 대회 최고의 샷으로 꼽았다. 7-6으로 앞선 8엔드, 장재혁은 일곱 번째 스톤으로 2번 스톤이었던 한국 스톤을 살짝 비스듬히 때려 1번으로 만드는 절묘한 샷을 선보였다. 장재혁은 ‘인생샷’이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각오를 대신했다. 그는 “인생샷은 아닙니다. 앞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베이징=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2.03.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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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러시아·벨라루스 퇴출, 한국 선수단에 어떤 영향 끼칠까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의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퇴출을 결정함에 따라 경기 일정에도 변동이 생겼다. IPC는 지난 3일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베이징 패럴림픽 퇴출을 결정했다. 이미 국가 주도의 도핑 스캔들로 국가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은 러시아 선수단은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 소속으로 선수 71명을, 벨라루스는 선수 12명을 대회에 내보낼 예정이었다. 러시아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등 선수단은 일찌감치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과 연습경기를 갖는 등 준비를 했지만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당초 IP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중립국’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하려다 각국 선수단 내 러시아 보이콧(Boycott) 움직임이 일면서 결국 두 국가의 출전금지를 결정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단은 전 종목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러시아는 올림픽뿐 아니라 패럴림픽에서도 동계 스포츠 강국이다. 러시아의 한국의 선수단에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파라 아이스하키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해당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4위. 러시아는 3위다. 세계 랭킹 각각 1위와 2위인 미국, 캐나다와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의 2연속 메달 목표에 가장 큰 난제로 러시아가 꼽혔다. 러시아의 퇴출로 인해 A조엔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세 팀만 남게 됐다. 당초 5일로 예정됐던 러시아와의 개막 첫 경기가 취소됐다. 개회식 후 훈련시간이 하루 더 생겼고, 경기를 먼저 치르는 타팀 전력을 분석할 시간도 생겼다. 한국은 6일 오후 최강 미국과 첫 경기를 치르고, 8일 역시 강호인 캐나다와 2차전을 치른다. A조 1-2위가 준결승에 직행하고, A조 4위-B조 1위, A조 3위-B조 2위전 승자가 준결승에 진출한다는 기존 룰도 변경됐다. 9일 A조 3위-B조 3위, B조 1-2위전 후 A조 2위와 A조 3위-B조 3위전 승자가 맞붙게 된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A조 3위 가능성이 높은 만큼 B조 1위가 아닌 B조 3위를 꺾으면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가 있을 때는 조 3, 4위를 가정하고 B조 1, 2위전을 대비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중국, 체코, 이탈리아, 슬로바키아로 이뤄진 B조에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은 없겠지만 B조 1위 대신 B조 3위와 맞붙게된 상황은 분명 행운”이라며 “우리에게 '천운'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방심은 하지 않는다. 한 감독은 “팀 사기가 올라간 점, 메달 가능성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 점은 고무적이지만 러시아가 빠진다고 해서 우리의 준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건 없다”며 “당초 러시아나 B조 1위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예선서 만나는 미국, 캐나다를 준결승 이후 다시 마주칠 확률이 높은 만큼 결승 진출을 목표로 예선 첫 경기부터 내용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노르딕 스키에서 2연패를 도전하는 신의현(창성건설)에게도 러시아 퇴출은 메달 전선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인 이반 골룹코프가 불참한다. 신의현은 지난 1월 18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설상세계선수권 크로스컨트리스키 18㎞ 남자 좌식 부문에서 51분42초8의 기록으로 시즌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1위가 바로 골룹코프(51분14초05)였다. 이밖에 혼성 휠체어컬링 ‘장윤정고백’ 팀도 러시아의 퇴출로 리그전 일정이 변경된다. 11개국 팀만 남게 돼, 리그전 한 경기가 줄어든다. 5일 라트비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베이징=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 2022.03.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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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동계 최강 노르웨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1924 초대 동계올림픽부터 지금까지 거의 상위권을 유지한 노르웨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회가 있다. 바로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1988 올림픽이다. 노르웨이는 캘거리에서 금메달 없이 겨우 5개 메달(은 3, 동 2)을 획득했다. 눈과 얼음의 나라로 스키와 스케이팅을 즐기는 노르웨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특히 이웃 국가이자 라이벌인 스웨덴(금 4, 동 2)에 크게 밀렸다. 노르웨이는 고민했다. 더군다나 1994년에는 자국의 릴레함메르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에 정부와 스포츠 지도자들이 모여 문제점을 파악했고, 체육 단체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1989년 엘리트 스포츠 센터인 ‘올림피아토펜’이 건설됐다. 이 센터는 훈련장, 의료시설, 우수한 지도자와 스포츠 과학 등 모든 환경을 구비했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노르웨이 스포츠는 협력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올림피아토펜도 이러한 공유와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서로 만나 정보를 교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설립 이후 이곳에서 만난 다양한 종목의 선수와 코치들은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알파인 스키와 스케이팅 선수들이 같이 훈련하면서 자기들만의 코너를 도는 방법, 몸의 위치나 트레이닝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서로 배우게 되었다.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축구도 지식 교환을 통해 서로 배울 점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전문지식 공유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고, 이러한 시스템은 노르웨이가 그 후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일조한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국가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는 노르웨이다. 이들은 1952년 오슬로에 이어 1994년 릴레함메르에서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했다. 특히 릴레함메르는 지금도 회자할 정도로 이들에게 특별한 대회였다. 20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동원해 흥행에서도 대성공이었고, 노르웨이는 총 메달 수(26개)에서 1위를 기록하며 캘거리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완전히 회복했다. 릴레함메르에서 거둔 뛰어난 성적에 노르웨이인들은 열광했다. 특히 올림픽 영웅들이 어린이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 이들은 자국의 유망주들한테 중요한 롤 모델이자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다. 1994 대회의 성공에서 고무받은 세대가 주축을 이룬 노르웨이 대표팀은 2010년대에 열린 동계올림픽에서도 연거푸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필자는 3회에 걸쳐 동계올림픽 최강 노르웨이의 비결을 알아보았다. 한국스포츠는 그들의 성공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물론 한국과 노르웨이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우리는 동계스포츠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없다. 한국은 노르웨이만큼 부자이지도, 평등한 사회도 아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노르웨이 모델도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스포츠는 아직도 엘리트 선수 위주다. 생활체육의 중요성은 꾸준히 대두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예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사회 구조는 많은 국민이 이러한 체육에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는 노르웨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쟁적이다. 밥 먹고 살기 바쁜 국민 다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아실현을 위해 스포츠에 참여할 형편도 안 된다. 또한 지금같이 거의 모든 학생이 대학입학에 목매는 현실에서는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을 수가 없다. 13세 이전의 경기는 순위나 평가를 하지 말고, 어린이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본받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어린 나이에 집중적으로 연마해야 하는 기술 스포츠(technical sports: 체조, 다이빙, 피겨 스케이팅 등)에 적합하지 않다. 아울러 조기교육과 성적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노르웨이 모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그들이 가진 ‘팀 정신’이다. 파벌이나 특혜가 없고 평등한 대접을 받는 선수들이 열심히 함께 하는 것이 노르웨이 스포츠의 힘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은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의 부족에서 나온다. 사회적 기술이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학습하는 것이고 노력으로 얼마든지 향상할 수 있다. 사회적 기술을 익힌 이는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사 교환을 할 수 있고, 대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한다. 결국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사회화’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세대 간, 소득에 따른 불협화음과 ‘갑질’ 논란 등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 자기만이 옳고, 편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술만 제대로 익혀도 이러한 갈등은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언제 배워야 가장 효과적일까? 어렸을 때 배워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의 최우선 과제는 어린이들을 스포츠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의 목표는 능력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들을 스포츠 영재로 키우는 것에 그들은 관심이 없다. 대신 노르웨이 모델은 스포츠를 통해 어린이들이 사회성을 개발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우리가 노르웨이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좋지만, 인성은 낙제인 스포츠 스타를 한국 사회도 더는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포츠 기술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선에서 끝나면 안 된다. 사실 지식과 기술은 조금 늦게 배워도 상관없다.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사회성을 키워 주는 것이다. 많은 어린이가 스포츠를 통해 규범을 배우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추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람으로 가득 채워질 때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진정으로 강해질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3.02 06:07
스포츠일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동계올림픽 최강 노르웨이의 비결①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겨울스포츠에 어울리는 적절한 자연환경, 그리고 동계 종목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국가는 인구가 540만 명에 불과한 노르웨이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1924년 1회 대회부터 2018 평창 대회까지 노르웨이는 368개의 올림픽 메달(금 132, 은 125, 동 111)을 획득했다. 두 번째로 많은 메달을 기록한 나라가 노르웨이보다 인구가 60배나 많은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305개)이다. 서울 인구의 절반에 불과한 노르웨이는 어떻게 동계스포츠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모든 북유럽 국가들이 동계스포츠에 강하지는 않다.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가 여기에 속한다. 덴마크는 1998 나가노 대회에서 획득한 컬링 은메달이 전부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는 적은 강설량에 평지로 구성된 국토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동계스포츠에 대한 낮은 관심과 부족한 시설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구가 35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동계올림픽에서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국명(Iceland)과 달리 이 섬나라는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같은 위도상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겨울 평균 온도가 0°C에 불과하고 기후 변화가 심해서, 얼마 안 되는 이 나라 유망주들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하계스포츠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노르웨이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들을 동계스포츠 최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분명 그들이 가진 풍부한 눈과 얼음 등은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그렇다면 왜 그들과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이웃 부자 나라 스웨덴은 노르웨이만큼 동계올림픽에서 성공하지 못했나. 1000만 명 넘는 인구를 가진 스웨덴은 158개의 메달을 획득, 노르웨이의 메달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핀란드가 획득한 메달 수도 167개에 그친다. 인구 3800만 명을 가진 G7국가이자 동계스포츠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품은 캐나다는 어떨까? 캐나다가 평창올림픽까지 획득한 메달 수는 199개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149개가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나왔다. 다시 말해 캐나다가 동계스포츠 강국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자연환경만으로는 노르웨이의 동계올림픽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적절한 기후는 동계스포츠에 필요조건인 관계로, 오늘은 노르웨이가 가진 환경을 알아보자.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한다. 그들은 여름에는 하이킹을,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등 일 년 내내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나라에는 많은 캠핑용 오두막집이 있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즐긴다. 대부분의 도시도 자연과 가까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이 나라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 그냥 눈이 아니다. 노르웨이에는 솜털같이 부드럽고 스키 타기에 좋은 최상급 품질의 눈이 내린다. “노르웨이인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Norwegians are born with skis on their feet)”는 속담이 있듯이, 이들과 스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울 때 사람들은 스키도 같이 배운다. 스키는 노르웨이에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문화다. 그들은 스키를 타고 어디든지 간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스키로 통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인들은 수도 오슬로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스키를 타고 학교와 직장을 가고, 가방을 들고 다니듯이 스키를 지니고 다닌다.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스키는 산악지형의 경사면을 내려가는 알파인 스키다. 그에 반해 노르웨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지형이 비교적 평탄한 곳에서 교통수단으로 발달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보며 ‘힘들고 지루하며 이상함’을 느낄 때,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를 ‘삶의 일부이자 자연과의 교감’으로 생각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언급된 흥미로운 역사도 있다. 12세기 노르웨이의 내전 당시 농부 집단인 비르케바이너는 숨진 왕의 두 살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혹독한 산악지역 450㎞를 스키로 행군한 끝에 어린 왕자를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이 왕자가 바로 노르웨이 왕국의 위대한 군주로 불리는 호콘 4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노르웨이에는 90년 전통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가 있다. 참가자들은 당시 어린 왕자의 몸무게를 상징하는 3.5㎏짜리 배낭을 멘다고 한다. 노르웨이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의 33%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나왔다. 이 종목에서 파생된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사격), 노르딕 복합(크로스컨트리 스키+스키점프)과 스키점프에서도 노르웨이는 세계 최강이다. 성공한 스키선수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이들은 축구로 따지면 메시나 호날두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유망주들은 다들 스키선수가 되고 싶어하고, 이러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스키는 최고의 자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스케이팅도 노르웨이에서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강이나 호수가 얼면 신발에 동물 뼈를 달고 미끄러지듯이 그 위를 지나 목적지에 갔다. 이 나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별로 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으나, 노르웨이(85개)는 이 종목에서 네덜란드(129개) 다음으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1998 나가노대회부터 20여년 동안 이어진 부진으로 이러한 선입견을 준 것뿐이다. 부진 속에 스케이팅팀은 스폰서가 없어지고 예산도 대대적으로 깎였다. 하지만 2018 평창올림픽에서 노르웨이는 4개(금2)의 메달을 획득하며 부활의 서곡을 알렸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스케이팅은 자국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같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자연환경은 노르웨이를 하계대회보다 동계올림픽에서 훨씬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조금은 특별한 나라로 만들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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